
직접반사 이용하기
흰색 천의 질감을 성공적으로 나타내 주었던 사진과 같은 라이팅 방법을 쓴 것이다. 여기서는 좋은 테크닉도 잘못 적용하면 나쁜 사진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는 가죽이 뚜렷한 결 때문에 그 질감을 촬영하는 것이 더 쉬울 거라고 당연한 기대를 할 것이다. 하지만 천의 질감을 매우 잘 나타내 주었던 라이팅 방법을 썼는데 가죽의 거의 모든 디테일이 사라져 버렸다. 성경책의 가죽 표지에 질감이 있다는 우리의 말을 여러분은 믿는 수밖에 없다.
흰 천에 사용했던 스쳐 지나가듯 비스듬히 입사된 라이트가 디테일을 나타내 주었던 것은 질감을 구성하는 각 조각의 한쪽 면은 섀도 그리고 다른 한 면은 확산된 하이라이트가 생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검은 가죽의 질감을 느끼게 하는 작은 조각의 한 면에도 역시 그림자가 생겼다. 하지만 각 조각의 다른 면에 있어야 할 하이라이트가 사라지고 없다. 이 사진의 문제는 피사체 자체에 의해 유발된 것이다. 피사체는 검은색이기 때문인데 검은색 피사체는 난반사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노출을 증가시키면 가죽의 약한 난반사를 필름에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장면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밝은 톤을 가진 영역도 동시에 존재하므로 노출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선택할 수 없다. 만일 노출을 증가시킨다면 피사체의 하이라이트 부분의 디테일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게다가 이 글은 존 시스템(Zone System)에 관한 것이 아니라 라이팅에 관한 글이기 때문에 노출을 변경시키지 않고 라이팅 테크닉만으로 문제를 다루도록 하겠다.
만일 검은 가죽의 표면에서 충분한 난반사를 얻을 수 없다면 그 대신 직접반사를 만들어 보도록 하자. 이 방법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듯하다. 직접반사는 한정된 패밀리 오브 앵글즈 안에 설치된 라이트에 의해서만 유발될 수 있으므로 우리가 해야 할 첫 단계는 그 패밀리 오브 앵글즈가 어느 범위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카메라가 표면에 직접반사가 나타나려면 라이트가 어느 곳에 위치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표면 전체에서 직접반사를 일으키려면 이 패밀리 오브 앵글즈를 완전히 채울 수 있도록 라이트가 충분히 커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직접 반사가 보이는 위치와 직접반사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크기에 맞는 최소한의 라이트가 필요하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한 광원은 구름 낀 하늘이나 소프트 박스 또는 다른 광원에 의한 반사판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무 다른 도구들 중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라이트의 크기와 정확한 위치이다.
이러한 배치는 흰 천을 잘 조명해 주었던 조명 배치와 별로 다를 바 없다는 것에 주목하기 바란다. 라이트를 측면에서 비추어 스쳐 지나가게 만든 대신에 피사체 위에 놓았을 뿐이다. 이렇게 하면 천의 질감을 명확히 해 주었던 작은 섀도들은 거의 제거된다. 작은 광원 대신에 이번에는 큰 광원을 사용했다. 이것은 질감을 나타내게 했던 미약한 섀도들이 너무 부드러워져서 질감을 명확히 나타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천을 조명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을 예측해 주었던 이론에 의하면 이제 우리의 새로운 라이팅 배치가 가죽을 조명하기 위한 가장 나쁜 방법이 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명백한 모순은 직접반사를 고려하지 않은 이전의 이론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카메라 근처의 커다란 라이트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질감을 잘 나타낸다. 노출의 증가는 불필요했다. 가죽 표면에 입사된 빛의 양은 다른 경우와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죽 표면의 하이라이트는 그 톤이 검은색에서 중간 회색으로 밝아졌다.
밝기가 눈에 띄게 증가된 것은 반사를 잘 다루었기 때문이다. 가죽의 표면은 난반사를 거의 일으킬 수 없지만 상당한 양의 직접반사를 일으킬 수는 있다. 표면에 적합한 반사의 종류를 이용함으로써 우리는 피사체를 가능한 한 최상의 상태로 기록할 수 있었다.
불가능한 일을 하기
앞서 제시된 내용에서 균일한 조명과 글레어 반사가 없는 조명은 상호 배타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광원이 카메라 쪽에 더 가까워질수록 피사체를 더욱 직접적으로 비추게 되나 더 균일한 조명이 된다. 그와 반대로 광원이 측면으로 더 쏠릴수록 직접반사를 일으키는 패밀리 오브 앵글즈 밖에 있게 된다.
우리는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방으로 더 많은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만약 카메라 축을 향해 라이트를 더 이동시키면 카메라를 피사체로부터 더 멀리 두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패밀리 오브 앵글즈가 좁아지고 피사체를 비추는 라이트의 각도를 더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된다.
->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피사체에 아주 가까이 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앵글즈 밖에 광원을 두기 위해서 아주 낮은 각도로 피사체를 비추어야 한다. 그런 다음 라이트를 피사체로부터 훨씬 더 멀리 설치해야 균일한 조명을 얻을 수 있다.
불행하게도 위의 해결책들 중 어느 하나를 실행에 옮길 만한 작업 공간이 없을 때가 있다. 어떤 사진가는 캐비닛들로 가득 차서 작업할 공간이 거의 없는 창고 안에서 희귀한 문서를 촬영해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화랑 같은 곳에서도 굉장히 큰 그림을 적당히 조명할 만한 충분한 공간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런 '불가능한' 라이팅의 문제를 보여줄 수 있다. 카메라는 삼각대 위에 놓여 마룻바닥 위의 문서를 향하고 있고 양쪽의 장애물은 캐비닛들이다. 천장의 높이도 카메라의 높이를 제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카메라가 벽에 걸린 엄청난 크기의 그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 밖의 다른 벽들이나 전시 상자들이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어느 경우이든 우리는 균일하면서도 글레어 반사가 없는 조명을 할 수 있도록 카메라와 라이트의 위치를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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