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와 라이팅
지금까지 빛(라이트)의 밝기, 색상, 콘트라스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세 가지는 모두 빛의 중요한 특성들이다. 그러나 라이팅에 관해서는 아주 조금밖에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라이팅에 대해서도 빛 그 자체보다는 빛이 없음으로써 생겨나는 그림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언급했다.
그림자는 장면에서 빛이 비치어지지 않는 부분이다. 하이라이트는 조명이 비치는 영역이다. 우리는 하이라이트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라이팅이 그림자의 모양은 결정하면서 하이라이트를 결정하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왜 빛의 콘트라스트가 어떤 예에서는 하이라이트의 모양에 극적인 영향을 주면서 다른 예에서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까? 그 예들을 보면서 여러분은 라이팅의 차이점이 피사체에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았을 것이다.
사진술의 라이팅이란 단순한 라이트 이상의 것이다. 라이팅은 라이트와 피사체, 그리고 보는 이 사이의 관계인 것이다. 라이팅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먼저 피사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피사체는 라이팅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광자는 이동한다. 시잔을 찍을 때 피사체는 정지해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라이트는 사진을 찍는 행위에서 '동적'인 요소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머릿속에서 추측한 것은 우리가 장면을 '보는'데 장애물이 된다. 한 광자가 다른 광자와 유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슷한 두 개의 광자가 서로 다른 두 표면에 부딪쳤을 때 그 결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이미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 피사체의 동적인 역할을 완전히 이해해야만 빛을 더 잘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빛이 피사체에 부딪칠 때 세 가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빛은 투과되거나 흡수 또는 반사된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사진가들에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간단히 논의해 보겠다.
투과(transmission)
피사체를 통과하는 빛은 투과된다고 한다. 맑은 공기와 투명한 유리는 빛을 투과시키는 흔한 물질 중의 하나이다. 여러분에게 투과되는 빛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 주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다. 빛을 투과시키기만 하는 피사체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빛과 피사체 사이의 기본적인 세 가지 상호작용 중에서 단순한 투과가 사진술의 라이팅을 논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성이 적다.
그렇지만 단순한 투과는 빛이 피사체의 표면에 수직으로 부딪쳤을 때만 일어나게 된다. 그 이외의 각도로 빛이 입사될 때 투과는 굴절을 수반한다. 굴절은 광선이 한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투과될 때 꺾이는 현상이다. 어떤 물질은 다른 물질보다 빛을 더 많이 굴절시킨다. 예를 들어 공기는 빛을 거의 굴절시키지 않지만 카메라 렌즈에 사용되는 유리는 빛을 상당히 많이 굴절시킨다. 굴절은 빛이 투과될 때 물질에 따라 빛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다.(빛의 속도는 진공에서는 일정하다) 밀도가 높은 유리로 빛이 입사되었을 때 유리에 처음 부딪친 광자들은 가장 먼저 속도가 감소된다. 빛의 꺾임을 유발하게 되는 아직 공기 중에 있는 다른 광자들은 직진한다. 공기에 노출된 유리 뒷면에 이르면 각 광자들은 제 속도를 찾기 때문에 이때 광선은 재차 굴절하게 되나 방향은 반대가 된다.
단순한 투과와는 달리 굴절은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 이것이 완전히 투명한 피사체가 눈에 보이게 되는 한 가지 이유이다.
직접투과와 확산투과
지금까지 우리는 빛이 물질을 직선으로 통과하는 직접 투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흰 유리나 얇은 종이 같은 물질들은 광선이 통과할 때 많은 방향으로 산란시킨다. 이것을 확산투과라 한다.
확산투과를 일으키는 물질들은 빛을 확산시키지 않는 투명 유리 같은 투명한 물질들과 구별하기 위해서 반투명하다고 말한다. 확산투과는 사진의 피사체를 논할 때보다 광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 중요하다. 넓은 반투명 물질로 작은 광원을 가리는 것은 광원의 크기를 늘리고 부드럽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다. 스트로보 앞의 확산장치나 태양을 가리는 구름은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반투명 물질들의 예이다.
반투명 피사체들은 대개 특별히 라이팅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므로 사진가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반투명한 피사체들은 약간의 빛은 항상 흡수하고 약간의 빛은 투과하면서 또 반사하기 때문이다. 흡수와 반사가 사진의 라이팅에서 더욱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다음에서 그 두 가지를 다루어 보겠다.
흡수(absorption)
피사체에 흡수된 빛은 다시 가시광선으로 볼 수 없다. 흡수된 에너지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개 피사체에서 보이지 않는 형태인 열로 방출된다. 투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흡수는 사진으로 찍히지 않는다. 그것은 그 장면에서 흡수되지 않은 다른 빛과 대조를 이룰 때만 '보여질' 수 있다. 그래서 검은 벨벳이나 검은 모피와 같이 빛을 많이 흡수하는 피사체들은 가장 촬영하기 어려운 것에 속한다.
대부분의 피사체들은 부딪치는 빛의 전부가 아닌 일부를 흡수한다. 이렇게 빛의 일부만을 흡수하는 것이 주어진 피사체를 검은색, 흰색 또는 그 중간쯤의 회색으로 느끼도록 판단하게 하는 요소들 중의 하나이다.
어떤 피사체는 특정 주파수를 다른 주파수보다 더 많이 흡수한다. 특정 주파수를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것이 피사체의 색채를 결정하는 요소이다.
반사(reflection)
반사는 피사체에 부딪쳤다가 퉁겨져 나온 빛이다. 여러분도 다 아는 것이니 우리가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사의 물리학은 빛의 다른 작용들처럼 기초적인 것은 아니다. 대신에 그 개념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것이므로 쉽다. 반사는 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물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빛을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물체는 빛을 발산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들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반사되는 빛에 달려 있다. 우리는 반사작용을 찍은 사진을 여러분에게 제시할 필요가 없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사진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사에 대한 친밀함 때문에 그것에 대해 더 논의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사의 중요성 때문에 우리는 다음 장의 대부분을 그것에 대한 논의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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