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사가 설명하는 빛에 대하여
우리의 관심을 전자기 스펙트럼 중에서 보이는 부분에만 한정시키긴 했지만 어떤 광자들의 집합이 내는 효과가 다른 집합의 효과와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미 우리 머릿속의 기억은 가을의 황혼과 용접기의 불꽃과 안개 낀 이른 아침 햇빛의 차이점을 모두 알고 있다. 사무실에서조차 형광등, 텅스텐 스포트라이트 또는 커다란 천장의 창 중 어느 것을 다느냐 하는 결정이 실내 무드뿐 아니라 직원들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사진가들은 주어진 라이팅 효과에 의한 심적 이미지 이상의 것에 관심이 있다. 사진가들은 그 효과에 대해서 기술적인 설명을 필요로 한다. 빛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빛을 조절하기 위한 첫 단계이다. 풍경사진이나 건축사진처럼 빛을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빛을 설명한다는 것은 촬영을 해야 할 때인지 아니면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를 판단할 만큼 빛을 잘 볼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가인 우리는 우선 빛의 밝기, 색상 그리고 콘트라스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어질 몇 페이지에서 각 요소를 간단히 살펴보겠다.
밝기(brightness)
사진가에 있어서 광원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밝기이다. 보다 더 밝은 라이트는 대부분의 경우에 더 좋은 라이트로 간주된다. 만약 라이트가 충분히 밝지 않다면 때로는 사진을 얻을 수가 없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최소치보다 라이트가 밝다면 좀 더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름을 사용하는 사진가에게 더 많은 라이트가 주어진다면 조리개를 더 조이거나 더 빠른 셔터 스피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셔터스피드나 조리개의 조절을 원치 않는다면 입자가 더 고운 저감도 필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미지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필름이 아니라 하더라도 광원의 밝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비디오 작가들도 스틸 사진이나 영화를 찍는 카메라맨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촬영에서 조리개를 더 조이는 것을 선호한다. 더욱이 적절한 조명은 카메라의 gain을 증가시키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채도가 더 높고 노이즈가 적은 뚜렷한 상으로 찍히게 됨을 의미한다. 게다가 예산이 한정되어 있을 때 더 밝은 라이트는 값비싼 3관식 카메라 대신 단관식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단관식에서 3관식으로 업그레이드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라이트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사진가가 더 어두운 라이트를 선호하는 때는 빛의 또 다른 특성인 색상이나 콘트라스트를 미적으로 개선하고자 할 때뿐이다.
색상(color)
3원 색인 적색, 녹색, 청색이 거의 같은 비율로 섞여 있을 때 사진가는 그 빛을 '흰색'으로 간주한다. 인간은 이와 같이 빛의 3 원색의 혼합을 무색으로 인지한다.
색상 혼합의 비율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다른 광원을 나란히 두고 비교하지 않는 한 사람들은 여전히 어떤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눈은 색상 혼합의 아주 작은 변화도 탐지할 수 있지만 뇌는 그 차이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각각의 원색이 상당량 섞여 있는 한 두뇌는 '이 빛은 백색이다'라고 인지한다.
필름은 뇌와 달리 색상에 자동적인 순응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진가는 다양한 백색 광원들의 차이점에 유의해야 한다. 백색 광원의 다양한 색상을 분류하기 위해서 사진가는 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색온도라는 척도를 빌려 쓴다. 색온도는 진공상태에서 어떤 물질을 충분히 가열하면 빛을 발산한다는 사실에 기초를 둔 것이다. 이 빛의 색은 그 물질이 얼마나 가열되었느냐에 달려 있다.
색온도는 캘빈 온도 체계를 따르고 있다. 단위인 '캘빈 온도'는 간단히 'K'로 줄여서 나타낸다.
무척 흥미로운 것은 색온도가 높은 빛은 화가들이 '차갑다'라고 부르는 색들이 불균형적으로 많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색온도 10000K의 빛은 푸른색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낮은 색온도의 광원은 화가들이 '따뜻하다'라고 부르는 색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물리학자들은 말한다. 따라서 2000K의 빛은 붉은색에서 노란색까지의 색상을 띠는 경향이 있다.(이것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용접기사라면 누구나 청백색의 아크 불꽃이 용접되는 동안 빨갛게 달구어진 금속 조각보다 뜨겁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진가는 빛의 색온도로 세 가지 기준을 사용한다. 그중 하나는 5500K의 '일광(daylight)'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텅스텐(tungsten light)'에는 3200K와 3400K의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이 둘은 너무 가까운 수치여서 어떤 경우에는 그 차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사진가는 세 가지 기준에 대해 각기 색 균형이 잡혀 있는 필름을 살 수 있다. 비디오카메라에는 보통 그 안에 색보정용 필터가 있다. 적절한 필터의 선택에 의해 일광이나 텅스텐 조명이 카메라 안의 비디오 촬상관에 맞는 최적의 색상으로 보정된다.
콘트라스트(contrast)
사진 촬영용 라이트의 두 번째 중요한 특징은 콘트라스트이다. 광선들이 피사체를 거의 같은 각도에서 비춘다면 그 광원은 높은 콘트라스트를 가지게 된다. 낮은 콘트라스트의 광원으로부터 나오 광선들은 피사체를 다양한 각도로 비춘다.
맑은 날 태양의 직사광선은 높은 콘트라스트를 갖는 광원의 흔한 예가 된다. 일광을 구성하는 여러 광선들이 서로 평행한 것에 주목하라. 그 광선들은 피사체를 모두 같은 각도로 비추고 있다.
높은 콘트라스트의 광원이라는 것을 아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림자의 형태를 관찰하는 것이다. 맑은 날 일광에서 구름은 태양으로부터 온 광선을 분산시켜 피사체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비추게 한다. 그래서 큰 광원의 특징인 부드러운 그림자를 만든다.
명확한 구분이 되는 경계를 가진 그림자를 hard한 그림자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높은 콘트라스트의 광원을 '하드하다'라고 부른다. 이제 구름이 태양을 가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해 보자. 태양의 직사광선은 구름을 통과하면서 흩어진다. 결과적으로 구름을 통과한 빛은 피사체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비춘다. 그러므로 흐린 날의 일광은 낮은 콘트라스트의 광원이 된다.
광원의 콘트라스트는 그림자의 모양에 의해서도 드러난다. 광선의 일부가 부분적으로 그림자 특히 그림자의 모서리 부분에 비추어진다. 콘트라스트가 낮은 광원을 사용하는 사진에서 말의 그림자는 그 윤곽이 분명하지 않으며 '하드'하지 않다. 보는 이는 탁자의 어느 부분이 그림자고 어느 부분이 아닌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모서리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이런 그림자를 소프트한 그림자라고 부르며 그것을 만드는 광원을 소프트한 광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하드'하다 '소프트'하다는 말을 쓴 것은 그림자의 윤곽이 얼마나 뚜렷한가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주목해 주기 바란다. 그림자가 밝은가 어두운가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소프트한 그림자는 하드 한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밝을 수도 어두울 수도 있다.
광원을 하나만 쓸 경우에 콘트라스트에 영향을 주는 주된 요인은 광원의 크기이다. 작은 광원은 항상 하드하고 대부분의 큰 광원들은 소프트하다. 태양은 아주 좁은 영역으로부터 빛을 비추고 있으므로 작은 광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광에서 구름은 훨씬 더 넓은 영역에 걸쳐 퍼져 있고 이로 인해 태양을 큰 광원으로 만든다.
광원의 물리적인 크기가 사진에 필요한 광원으로서의 효과적인 크기를 전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기 바란다. 우리는 태양의 지름이 백만 킬로미터가 넘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상의 피사체에는 작은 광원으로서 작용하게 된다.
만일 태양을 우리에게 가까이 가져온다면 그것은 대단히 큰 광원이 될 것이고 이 광원은 가려줄 구름이 없이도 부드러운 그림자의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유용한 또 다른 예로는 실험실의 작은 등을 들 수 있는데 곤충 표본에 충분히 가깝게 놓는다면 효과적인 큰 광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광원의 크기와 콘트라스트 사이의 상관관계는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별한 부수 기재를 사용하면 빛을 광학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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