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방법을 이용한다
흰 배경에 흰 피사체나 검은 배경에 검은 피사체를 촬영할 때의 어려움은 피사체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기본 특성과 관련이 있다. 즉 특성곡선에서 최소한의 디테일만이 유지되는 부분에 기록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어떤 하나의 테크닉이나 여러 가지 테크닉도 그런 피사체를 다루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흰 배경에 흰 피사체나 검은 배경에 검은 피사체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사진적인 테크닉을 완전히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테크닉은 완전히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테크닉은 라이팅과 노출의 조절에 관한 것이다. 사진은 이 두 가지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각 테크닉의 상대적인 중요도는 장면마다 달라진다. 어떤 경우에는 노출의 조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경우에는 라이팅 테크닉을 주된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 장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그 두 가지 테크닉에 대해 논의하고 각 테크닉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자 한다.
존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은 중요한 수단이 한 가지 더 있는데도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특성곡선의 형태를 주어진 장면의 회색톤에 맞도록 바꾸기 위해서 필름의 현상을 조절하는 것이다. 우리가 현상의 조절에 대해 강조하지 않는 이유는 사진술의 점진적인 발전으로 컬러사진이 주(主) 매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상 조건을 달리하면 슬라이드 필름에서는 콘트라스트 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컬러 네거티브에서는 더 큰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현상 조절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훨씬 더 큰 이유는 라이팅에 숙달되면 그런 조절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가 각자의 장비와 스타일에 적합한 흑백 필름의 현상 정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존 시스템이 여전히 필수적이다. 그런 다음 라이팅을 잘 이용하면 표준 현상으로부터 매번 현상의 정도를 조절해야 하는 과정이 불필요해질 것이다.
흰 배경에 흰 피사체
흰 배경에 흰 피사체는 실용적이면서 호소력도 있다. 광고에서 이러한 피사체들은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제작할 때 최대한의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활자를 어느 곳에든지 인쇄할 수 있고, 심지어는 피사체 자체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도 인쇄가 가능하다. 흰 배경에 검은 활자는 인쇄가 잘 되지 않은 신문이라도 눈에 잘 띈다. 더구나 사진가들은 주어진 공간에 맞추기 위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사진의 배경이 순수한 색이 되도록 하면 독자들이 광고를 보았을 때 프린트의 가장자리가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흰 배경에 흰 피사체 역시 촬영하기 가장 어려운 장면들 중 하나이다. 흰 배경에 흰 피사체를 적정 노출로 촬영하면 필름의 특성곡선상의 가장 나쁜 부분에 기록된다. 그 부분에는 콘트라스트가 낮기 때문에 그레이 스케일의 압축이 일어난다. 원래 장면에서는 분명하게 구분되었던 회색 톤의 단계들이 사진에는 서로 비슷하거나 동일한 회색 톤으로 바 뀔 수도 있다.
입자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만일 작은 카메라를 사용해야 할 경우, 전체적으로 하이라이트의 회색 단계들로만 구성된 이미지라면 거친 입자 때문에 사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다. 흰 배경에 흰 피사체는 깨끗하고 경쾌해야 한다. 그러나 입자가 분위기를 지저분하고 흐릿하게 만들 수 있다.
흰 배경에 흰 피사체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라이팅 요소의 하나인 직접 반사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앞서 논의한 여러 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직접반사와 난반사를 균형 있게 사용하면 디테일을 잘 살릴 수 있다. 직접 반사는 특히 광원이나 렌즈에 편광필터를 사용하면 조절이 가능하다.
흰 배경에 흰 피사체는 일반적으로 다른 장면만큼의 직접반사가 일어난다. 하지만 흰 피사체의 난반사는 대개 직접 반사를 능가할 정도로 밝은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난반사와 비교해 보았을 때 많은 양의 직접반사가 필름에 기록되지 않으므로 사진가들이 그것을 조작하려고 노력해도 별로 얻는 것이 없다.
하지만 그런 문제점들에 대해 불평만 계속하면 더 얻는 것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라이팅을 잘 조절하면 흰 배경에 흰 피사체를 촬영해도 톤의 구별이 가능하며, 노출을 잘 조절하면 그런 구별이 계속 유지된다. 둘 중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양자를 모두 논의할 것이다.
실제 필름
실제 필름은 우리가 상상한 이상적인 필름과 잘못된 필름 사이의 중간에 해당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실제 필름은 이상적인 필름보다는 잘못된 필름 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특성곡선에서 섀도의 단계를 나타내는 부분을 곡선의 발 부분(toe)이라고 부른다. 실제 필름의 발 부분은 잘못된 필름의 발 부분보다 약간 더 직선에 가깝기 때문에 실제 필름의 섀도 압축은 잘못된 필름의 경우와 거의 같다.
특성곡선에서 하이라이트의 단계를 나타내는 부분을 어깨 부분(shoulder)이라고 부른다. 발 부분과 어깨 부분 사이에는 직선 부분이 있다. 실제 필름의 직선 부분은 잘못된 필름의 직선 부분보다 더 길다. 따라서 어깨 부분은 어떤 장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하이라이트들보다도 더 높은 농도 영역에 형성된다. 하이라이트의 압축은 실제 필름보다는 잘못된 필름의 경우에 더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노출을 증가시키면 사진을 개선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노출을 증가시키면 하이라이트 디테일이 감소되는 것보다 섀도의 디테일을 개선하는 효과가 더 크다. 이런 이유 때문에 노출을 정확히 조절하지 못하는 사진가들은 일반적으로 약간의 노출 과다로 안전을 꾀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특성곡선에는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사항이 빠져 있다. 불행하게도 하이라이트의 재현을 더욱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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